나는 성인이 되었다. 내가 하던 공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연애를 할 생각은 없었다.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상상을 해오던 '그녀들'과의 망상은 끊기지 않았다. 스무살. 딱 머리속의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생기는 나이. 내가 접속했던 사이트는 한 인터넷 카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는 딱히 활성화 되어있던 공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곳에서 나는 동갑내기 친구 제이를 만났다. 나와 똑같이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긴, 같은 선상의 여자 아이. 제이는 자신이 바이섹슈얼이라고 말을 했다. 나도 내 자신을 바이섹슈얼이라고 이야기했다. 제이와 나는 아주 급격히 친해졌다. 그렇다고 나와 제이 사이에서 친구 이상의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이상형은 머리가 길고 여성스러운 언니같은 이미지의 여성이었다. 나와 반대인 샘이었다. 하지만 나도 내가 '남자같은' 여자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제이에게 성의 경계가 모호해보이는 여자와 똑같이 성의 경계가 모호해보이는 남자가 섹시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제이는 그런 나의 성적 취향 (혹은 미적 취향)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의 성격은 잘 맞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무엇보다 제이는 나의 취향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레즈비언 클럽에 처음 간 것도 제이와 함께였고 서로 첫 애인을 사귀었을 때에도 우리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친구였다. 그렇게 수 많은 해가 지난 지금도 제이와 나는 여전히 친구다. 이 세상 사람들 중 제이만 알고 있는 나의 비밀도 있다. 시작은 같은 선상이었지만 현재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는 제이와 나. 그 만큼 어른이 된 우리는 각자 내면의 정체성에 한 발씩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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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워드와 셰인  (0) 2017.11.28
Posted by 주관적 엠버 :